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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벼락거지 부르는 불확실성 공포, 모호성 회피

세주 연구소장 읽는 시간 약 8분
모호성 회피

눈앞에 두 개의 상자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A 상자에는 빨간 구슬 50개와 검은 구슬 50개가 정확히 반반씩 들어있습니다. B 상자에는 총 100개의 구슬이 있지만, 빨간색과 검은색의 비율이 어떻게 섞여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이때 상자에서 구슬을 하나 꺼내 빨간색이 나오면 1천만 원의 상금을 준다고 할 때, 당신은 어느 상자를 선택하겠습니까?

확률적으로 B 상자에 빨간 구슬이 100개 모두 들어있을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확률이 명확하게 ‘알려진’ A 상자를 선택합니다. 이처럼 인간의 뇌는 계산할 수 있는 ‘위험(Risk)’보다, 아예 정보가 없는 ‘모호함(Ambiguity)’과 ‘불확실성(Uncertainty)’을 극도로 혐오하고 회피하려 듭니다.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모호성 회피(Ambiguity Aversion)라고 부릅니다.

일상생활에서 모호함을 피하는 것은 안전을 지키는 합리적인 본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치명적인 모호성 회피가 자본주의의 최전선인 주식 시장에 적용되는 순간, 투자자는 조금의 불확실성도 견디지 못하고 이른바 ‘안전 빵’ 자산에만 집착하게 됩니다. 결국 화폐 가치가 휴지 조각이 되고 혁신 기업들이 수십 배의 랠리를 펼칠 때, 그 거대한 부의 축제에서 철저히 소외되며 나 홀로 가난해지는 벼락거지 신세로 전락하게 됩니다.

모호성 회피가 만들어낸 가짜 안전과 벼락거지의 공포

주식 시장에서 가장 큰 수익은 언제나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는 불확실성’ 속에 숨어 있습니다. 전기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인공지능(AI)이 태동할 때, 시장은 그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완벽한 모호함 자체였습니다. 진정한 자본가들은 이 모호함을 뚫고 들어가 리스크를 짊어지고 천문학적인 부를 거머쥐었습니다.

하지만 모호성 회피에 지배당한 대다수의 개미 투자자들은 그 불확실성이 두려워 혁신 기업의 주식을 철저히 외면합니다. 대신 그들이 선택하는 것은 이미 성장이 완전히 멈춰버린 친숙한 전통 산업주나, 이자가 쥐꼬리만큼 붙는 은행 예금입니다. “내가 잘 아는 확실한 기업이니까”, “원금은 절대 잃지 않으니까”라며 스스로를 위안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괴물은 ‘안전함’이라는 환상 속에 갇힌 돈의 구매력을 매일같이 갉아먹습니다. 불확실성을 피하려다, 평생 가난해진다는 가장 ‘확실한’ 실패의 길을 선택하고 마는 것입니다.

안전함에 집착하다 벼락거지가 되었던 피눈물 나는 흑역사

현재 3명의 정규직 직원과 1명의 프리랜서 파트타이머의 생계를 함께 책임지며, 매일같이 불이 뿜어지는 주방에서 치열하게 식당을 운영하다 보면 현금 흐름의 소중함을 뼛속 깊이 깨닫게 됩니다. 매달 나가는 인건비와 임대료를 감당하며 온몸이 부서져라 땀 흘려 번 이 돈은, 제게 있어 1원 한 푼도 잃어서는 안 되는 절대적인 생명줄과도 같았습니다.

이 피 같은 식당 운영 자금을 주식 시장에 굴리려 했을 때, 제 뇌는 극단적인 모호성 회피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당시 시장에는 향후 패러다임을 바꿀 거라는 혁신 IT 기술주들이 폭발적으로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 그 기업들은 “미래 수익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너무나도 모호하고 위험한 도박판”으로 보였습니다. 저는 그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국내의 오래된 통신주와 유틸리티 주식에 모든 자본을 묻어두었습니다. 배당금도 꼬박꼬박 나오고 사업 모델이 확실하니, 제 소중한 노동의 대가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 맹신한 것입니다.

그러나 2년 뒤의 결과는 뼈아팠습니다. 제가 모호하다며 피했던 혁신 기술주들은 전 세계적인 자본을 블랙홀처럼 흡수하며 500%가 넘는 경이로운 폭등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제가 안전하다고 껴안고 있던 주식들은 시대의 변화에 뒤처지며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방어하지 못해 실질적인 가치가 -20% 넘게 쪼그라들었습니다. 식당에서 피땀 흘려 돈을 지키려다, 자본 시장의 거대한 흐름을 외면한 멍청한 대가였습니다. 저는 돈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 쳤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산 시장의 폭등 속에서 철저히 소외된 비참한 벼락거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모호성 회피를 부수고 진짜 리스크를 사냥하는 실전 훈련

모호함을 두려워하여 썩어가는 안전지대에 머무는 멍청한 착각에서 벗어나, 냉혈한 자본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 모호성 회피를 철저히 박살 내는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불확실성’은 프리미엄을 얻기 위한 입장권임을 명심하십시오

주식 시장에서 모든 것이 확실해지고 뉴스에서 장밋빛 미래를 100% 보장하는 순간, 그 주식의 가격은 이미 살인적인 고점에 도달해 있습니다. 시장의 초과 수익(Alpha)은 오직 미래가 모호하고 남들이 두려워하여 가격이 헐값일 때 매수하는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프리미엄입니다. 당신이 투자를 고려할 때 마음 한구석에 찝찝함과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면, 그것은 투자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아니라 아직 남들이 먹지 않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가장 강력한 매수 시그널일 수 있습니다.

계산된 리스크(Calculated Risk)와 모호함을 구분하십시오

모호성 회피를 극복한다고 해서 아무런 근거 없이 잡주에 돈을 던지라는 뜻이 아닙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무기는 ‘철저한 분석’입니다. 산업의 방향성, 기업의 현금 흐름, CEO의 비전을 현미경처럼 분석하여 미지의 영역(모호함)을 계산 가능한 확률(리스크)의 영역으로 끌어와야 합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계산이 섰다면, 남들이 불확실성 앞에 벌벌 떨며 도망칠 때 기꺼이 방아쇠를 당기는 야수 같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결론: 확실한 것은 오직 ‘물가 상승’뿐이다

자본주의의 심장인 주식 시장은 불확실성을 회피하고 확실한 것만 쫓아다니는 나약한 투자자들에게 결단코 부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원금을 지키겠다는 알량한 마음으로 모호함을 피해 도망치다가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쓰나미에 휩쓸려 평생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벼락거지가 될 뿐입니다.

기만적인 모호성 회피의 본능을 억누르고, 미지의 불확실성 속으로 기꺼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서늘한 용기를 가지십시오. 모든 것이 불투명한 짙은 안갯속에서도 차가운 팩트와 숫자를 나침반 삼아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고독한 사냥꾼만이, 이 비정한 자본주의 시장에서 최후의 전리품을 독식할 수 있습니다.

[출처 및 참고문헌]

  • 다니엘 엘스버그(Daniel Ellsberg), 「Risk, Ambiguity, and the Savage Axioms」,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961) : 사람들이 확률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위험’보다 확률을 전혀 알 수 없는 ‘모호함’을 극단적으로 회피하려는 성향을 수학적 역설(Ellsberg Paradox)을 통해 최초로 규명한 행동경제학의 기념비적 논문.
  •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 김영사 : 불확실성에 직면했을 때 인간의 직관적 사고(시스템 1)가 얼마나 심각한 인지적 오류를 일으키고 비합리적인 회피 행동을 유도하는지 분석한 명저.
  • 하워드 막스(Howard Marks), 『투자에 대한 생각(The Most Important Thing)』, 비즈니스북스 : 주식 시장에서 극단적인 확신이나 뻔한 사실(안전함)에 투자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행동이며, 모호성과 불확실성을 기꺼이 수용하는 역발상 투자만이 초과 수익을 가져다준다고 강조한 실전 투자의 바이블.

세주 연구소장

세주 연구소장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진짜 어른들의 생존 지침서.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실전 심리학'과 '인지 행동'의 관점에서 심층 연구합니다. 합리적인 소비와 지출 습관, 안전하고 신중한 계약과 거래, 건강한 직장 생활의 인간관계, 그리고 복잡한 일 처리를 미루지 않는 실행력까지. 우리가 흔히 겪는 인지 편향과 심리적 오류를 바르게 이해하고, 어른이 되어 마주하는 낯선 현실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객관적이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실용적인 라이프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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