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 주식 외면하다 망하는 정상성 편향 극복

화재경보기가 요란하게 울리거나 건물 전체에 경보음이 울릴 때, 사람들의 첫 번째 반응은 무엇일까요? 놀랍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즉시 대피하기보다 “누군가 담배를 피워서 기계가 고장 났겠지”, “단순 점검이나 오작동일 거야”라며 평소처럼 하던 일을 계속합니다. 거대한 재난이나 위기 상황이 눈앞에 닥쳤을 때, 이를 심각한 위기 신호로 받아들이기보다 “별일 아닐 거야”, “곧 정상을 되찾을 거야”라며 상황을 과소평가하고 평상시 상태를 유지하려는 뇌의 치명적인 방어 기제를 행동경제학에서는 정상성 편향(Normalcy Bias)이라고 부릅니다.
일상생활에서 경보음을 무시하는 것은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의 도살장인 주식 시장에서 이 정상성 편향에 사로잡히는 순간은 완벽한 비극의 시작입니다. 거시 경제가 무너지고 시장에 파국이 찾아오는 폭락장 속에서도 “잠깐 지나가는 조정일 뿐이야”, “대한민국 우량주가 설마 망하겠어?”라며 안이하게 주식을 외면하다가, 결국 집문서까지 날리고 노후 파산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참사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거대한 폭풍우를 부정하는 뇌의 오만이 어떻게 계좌를 무참히 짓밟는지 파헤쳐 보겠습니다.
폭락장을 외면하는 착각, 정상성 편향의 무서운 실체
주식 시장은 평온한 날이 이어지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시스템적 위기나 거시경제의 폭락장이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금리가 수직 상승하고, 거대한 금융기관이 파산하며, 주가 지수가 연일 하한가를 그리는 대폭락이 시작될 때 투자자의 뇌 속에서는 극심한 공포와 함께 정상성 편향이 완벽하게 작동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주식 시장은 결국 다 반등했어.”
“아무리 악재가 터져도 내 주식은 회복할 거야.”
이들은 시장에 경고음이 울리고 경보등이 빨갛게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비상탈출 버튼을 누르지 않습니다. 위기가 진짜 위기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겪어야 할 심리적 고통과 손실의 확정이 너무나 두렵기 때문에, 뇌가 스스로 “곧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달콤한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역사가 증명하듯, 거대한 폭락장은 과거의 규칙과 정상 상태를 완전히 파괴하며 다가옵니다. 정상성 편향에 빠져 폭락장을 그저 ‘흔한 조정’으로 치부하고 계좌를 방치한 투자자는, 마이너스 10%에서 손절할 수 있었던 주식이 마이너스 50%, 마이너스 90%로 녹아내릴 때까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사지(死地)에 방치되는 처참한 결과를 맞이합니다.
정상성 편향에 속아 집문서까지 날릴 뻔했던 피눈물 나는 흑역사
치열했던 저의 투자 인생에서도, 이 악랄한 정상성 편향에 완벽하게 세뇌되어 눈앞에 닥친 폭락장을 외면하다 전 재산을 공중 분해시킬 뻔했던 피눈물 나는 흑역사가 존재합니다. 과거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로 전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저는 자산의 상당 부분을 특정 대형 성장주에 몰빵해 두고 있었습니다.
처음 주가가 고점 대비 15% 하락했을 때, 제 입에서는 어김없이 정상성 편향의 유혹이 튀어나왔습니다. “이 정도는 항상 있던 기술적 조정이야. 곧 다시 신고가를 뚫을 거야.” 그러나 악재는 일회성이 아니었고 거시 경제의 펀더멘털 자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주가가 30%, 50% 박살 나며 시장 전체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음에도, 저는 뉴스도 클릭하지 않고 차트도 외면하며 “설마 이 거대한 기업이 망하겠어? 세상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다 해결된다”라며 현실을 철저히 부정했습니다.
당시 저는 사랑하는 여자친구와의 미래와 안락한 주거를 위해 파주 지역의 부동산 매수를 신중하게 타폐해 보고 있었고, 이를 위해 영혼까지 끌어 모았던 자본이 주식 시장에 묶여 있었습니다. 폭락장을 외면하고 “곧 회복한다”는 무책임한 몽상에 빠져 있던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주가는 지하실을 뚫고 끝없이 추락했고, 결국 손절 타이밍을 완벽하게 놓친 채 계좌는 깡통이 되었습니다. 안전하게 가정을 꾸리고 신혼집을 마련하려던 저의 모든 자금 계획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내 눈앞에 닥친 재난을 “별일 아니다”라며 외면했던 오만함과 정상성 편향이, 제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은 참담한 순간이었습니다.
정상성 편향을 부수고 폭락장에서 살아남는 실전 훈련
위기가 찾아왔을 때 안전지대로 도망치지 않고 모래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멍청한 타조에서 벗어나,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자본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정상성 편향을 철저히 박살 내는 위기 대응 훈련이 필수적입니다.
비상경보가 울리면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십시오
시장이 비정상적인 변동성을 보이며 무너지기 시작할 때, “곧 괜찮아질 거야”라는 희망 회로를 당장 불태워버리십시오. 대신 “이 폭락장이 2008년 금융위기나 1929년 대공황처럼 내 계좌를 완전히 소멸시킬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강제로 머릿속에 세워야 합니다. 위기를 과소평가하는 대신 극단적으로 과대평가하여 대비하는 습관만이, 폭락장의 초입에서 내 자본을 안전하게 탈출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패입니다.
감정이 아닌 기계적인 ‘시스템 손절매’를 집행하십시오
정상성 편향에 물든 인간의 뇌는 폭락장 속에서 절대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의지력을 믿지 말고 기계의 힘을 빌려야 합니다. 주식을 매수함과 동시에 계좌에 -7% 혹은 -10% 지점에서 자동으로 매도 주문이 나가는 시스템(스탑로스)을 강제로 세팅해 두십시오. 당신의 뇌가 “설마”라며 현실을 부정하고 망설이는 그 짧은 순간에도, 차가운 시스템이 알아서 환부를 도려내고 당신의 남은 자산과 집문서를 지켜줄 것입니다.
결론: 시장은 “설마”라고 생각하는 자부터 처형한다
자본주의의 심장인 주식 시장은 눈앞의 거대한 위험을 외면하고 “곧 정상을 찾을 것”이라며 정신 승리를 거두는 오만한 투자자들에게 단 1원의 동정심도 베풀지 않습니다. 대폭락의 경고음이 울려 퍼지는데도 주식 앱을 끄고 가짜 평화에 취해 있는 비겁한 짓을 당장 멈추십시오.
기만적인 정상성 편향의 환상에서 깨어나, 시장이 보내는 서늘한 위험 신호를 똑똑히 직시하십시오. 과거의 평온함에 연연하지 않고, 차가운 현실을 즉시 인정하며 신속하게 방아쇠를 당겨 대피할 줄 아는 고독하고 냉철한 사냥꾼만이, 이 비정한 폭락장 속에서 살아남아 다음 상승장의 거대한 부를 독식할 수 있습니다.
[출처 및 참고문헌]
- 오민 존스(Oman Jones), 「The Normalcy Bias in Natural Disasters and Financial Crises」, Journal of Disaster Research (2011) : 재난 상황이나 금융 위기 시 인간의 뇌가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의 평온한 상태(Normalcy)를 유지하려다 대피 타이밍을 놓치는 정상성 편향 현상을 규명한 연구.
-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 김영사 : 뇌가 극심한 위험과 손실에 직면했을 때 합리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현실을 왜곡 및 부정하는 인지적 메커니즘을 심층 분석한 행동경제학의 바이블.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 『블랙 스완(The Black Swan)』, 동녘사이언스 : 과거의 데이터나 평온했던 기억에 닻을 내리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위험을 과소평가하던 투자자들이, 예측 불가능한 거대한 대폭락(블랙 스완)을 맞이하여 어떻게 철저히 파산하는지 경고한 필독서.
세주 연구소장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