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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빚투와 깡통 계좌를 부르는 정서 퇴색 편향 극복

세주 연구소장 읽는 시간 약 8분
퇴색 편향 극복

회식 자리에서 필름이 끊길 정도로 과음을 하고 다음 날 아침 변기를 부여잡고 극심한 숙취에 시달릴 때, 우리는 뼈저리게 맹세합니다.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술을 입에 대면 내가 사람 자식이 아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뒤 금요일 저녁이 되면, 그토록 고통스러웠던 숙취의 기억은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워지고 어느새 친구들과 건배를 외치며 또다시 술잔을 비우고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처럼 긍정적인 기억보다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기억과 감정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훨씬 더 빠르게 희미해지고 잊히는 뇌의 자기 방어 메커니즘을 가리켜 정서 퇴색 편향(Fading Affect Bias)이라고 부릅니다. 일상생활에서 숙취의 고통을 잊는 것은 그저 주말을 피곤하게 날리는 해프닝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이 무서운 정서 퇴색 편향이 탐욕과 공포가 지배하는 주식 시장에 들이닥치는 순간, 개인 투자자는 반대매매와 깡통 계좌의 끔찍했던 고통을 새카맣게 잊어버리고 또다시 대출을 끌어와 무모한 주식 빚투를 감행하는 지옥의 쳇바퀴에 갇히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뇌의 망각이 어떻게 투자자를 도박 중독자로 전락시키고 계좌를 두 번 죽이는지, 그 잔혹한 심리적 늪을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정서 퇴색 편향이 부르는 주식 빚투의 늪

주식 시장에서 파산을 경험한 투자자들의 행동 패턴을 관찰해 보면 소름 돋을 정도로 동일한 사이클이 반복됩니다. 처음 시장의 하락장을 온몸으로 맞고 계좌가 -70%, -80%로 녹아내려 이른바 ‘깡통 계좌’가 되었을 때, 투자자는 식음을 전폐하고 극단적인 절망감과 자기혐오에 빠집니다. “다시는 신용 미수 안 쓴다. 다시는 테마주 근처에도 안 간다. 아니, 아예 주식판을 떠나겠다”라며 피눈물을 흘리며 다짐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생태계에서 인간의 뇌는 극도의 스트레스로부터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감정을 강제로 탈색시켜 버립니다. 6개월, 혹은 1년이 지나 증시가 다시 반등하기 시작하면 정서 퇴색 편향이 완벽하게 작동합니다. 깡통 계좌를 마주했을 때의 그 숨 막히던 공포와 불면증의 고통은 뇌에서 완전히 지워집니다. 대신 “그때 내가 종목은 기가 막히게 잘 골랐는데 타이밍이 조금 안 맞았을 뿐이야”, “이번엔 진짜 확실한 정보니까 대출 좀 받아서 복구하자”라는 역겨운 자기 합리화와 탐욕의 기억만이 되살아납니다. 고통을 망각한 투자자는 과거의 뼈아픈 실패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채, 또다시 증권사 신용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을 열어 주식 빚투라는 불구덩이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갑니다.

깡통 고통을 잊고 또 빚투를 감행한 처절한 흑역사

치열했던 제 투자 인생에서도 이 악랄한 정서 퇴색 편향에 완벽하게 지배당해, 가까스로 모은 재기 자금을 또다시 시궁창에 처박았던 처절한 흑역사가 있습니다. 과거 저는 거시경제의 폭락 사이클을 정통으로 맞고, 3배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했던 계좌가 강제 청산(반대매매) 당하며 완벽한 깡통 계좌를 찼던 경험이 있습니다. 증권사에서 날아온 반대매매 통보 문자를 보며 며칠 밤낮을 뜬눈으로 지새웠고, 살이 찌고 빠지는 수준이 아니라 영혼이 부서지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저는 두 번 다시 레버리지와 대출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고 피로 맹세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시장에 다시 유동성 장세가 찾아오자, 제 뇌의 스위치는 기괴하게 뒤집혔습니다. 당시의 끔찍했던 반대매매의 기억과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고통은 희미한 안개처럼 사라졌습니다. 오직 “지금 이 상승장에 빚을 내지 않으면 나만 벼락거지가 된다”는 조바심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저는 1년 전의 피눈물 나는 맹세를 까맣게 잊은 채, 또다시 은행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끝까지 끌어올려 이름 모를 테마주에 주식 빚투를 감행했습니다. 결말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시장이 작은 기침을 하자 대출로 쌓아 올린 모래성은 단숨에 무너져 내렸고, 저는 1년 전보다 훨씬 더 거대한 빚더미에 깔린 채 두 번째 깡통 계좌를 마주해야 했습니다. 뇌의 얄팍한 망각 본능, 즉 정서 퇴색 편향을 이겨내지 못한 인간이 얼마나 처참하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뼈저리게 증명한 바보 같은 짓이었습니다.

정서 퇴색 편향을 부수고 주식 빚투를 끊어내는 실전 훈련

고통을 쉽게 잊어버리고 다시 불장난을 저지르는 멍청한 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 냉혈한 자본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정서 퇴색 편향을 철저히 박살 내는 고통스러운 자기 객관화 훈련이 필수적입니다.

  • 실패의 감정을 날것 그대로 기록하는 ‘오답 노트’를 작성하십시오투자에 실패하여 큰돈을 잃었을 때, 단순히 ‘A 종목 -50% 손절’이라고 숫자만 기록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당신의 뇌는 숫자의 고통을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깡통을 찼을 때의 비참한 감정, 가족에 대한 미안함, 불면증의 고통을 가장 날것의 언어로 처절하게 적어두십시오. 그리고 또다시 주식 빚투의 유혹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마다, 스스로가 적어둔 그 피눈물 나는 오답 노트를 강제로 읽으며 과거의 고통을 뇌에 생생하게 각인시켜야 합니다.
  • 원천적으로 대출을 차단하는 시스템적 자물쇠를 채우십시오미래의 나는 또다시 고통을 망각하고 탐욕에 찌든 도박꾼으로 돌변할 수 있음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멘탈과 의지력에만 의존하지 마십시오. 증권사 앱에 들어가 신용 공여, 미수 거래 기능을 아예 차단하도록 시스템적인 자물쇠를 채우고, 대출 한도를 사전에 스스로 삭감해 버리십시오. 뇌가 정서 퇴색 편향에 빠져 미친 짓을 저지르려 할 때, 물리적인 시스템이 당신의 손발을 묶어 물리적으로 주식 빚투를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결론: 시장은 과거의 고통을 잊은 자를 가장 잔인하게 처형한다

자본주의의 심장인 주식 시장은 반성하지 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오만한 투자자들에게 일말의 동정심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깡통 계좌의 뼈아픈 고통을 훈장처럼 여기고 뇌에서 지워버린 채, 또다시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며 주식 빚투를 감행하는 멍청한 투기를 당장 멈추십시오.

기만적인 정서 퇴색 편향의 환상에서 깨어나, 과거의 피눈물 나는 실패와 끔찍한 고통을 매일매일 서늘하게 되새기십시오. 자신의 나약한 망각 본능을 철저히 통제하고 팩트에 기반한 차가운 이성을 유지하는 고독하고 잔인한 자만이, 이 비정한 사기극 속에서 두 번 다시 깡통을 차지 않고 자신의 진짜 부를 굳건히 지켜낼 수 있습니다.

[출처 및 참고문헌]

  • 리처드 워커(W. Richard Walker) 외, 「The Fading Affect Bias: Its History, Its Implications, and Its Future」,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2003) : 인간의 뇌가 긍정적인 기억보다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기억에 결부된 감정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훨씬 더 빠르게 희미하게 만드는 ‘정서 퇴색 편향(Fading Affect Bias)’을 심리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한 연구.
  •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 김영사 :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의 불일치를 설명하며, 투자자가 과거의 재무적 손실 고통을 망각하고 비합리적인 위험(리스크)을 다시 떠안게 되는 뇌의 왜곡 메커니즘을 심층 분석한 명저.
  • 에드윈 르페브르(Edwin Lefevre), 『어느 주식 투자자의 회상(Reminiscences of a Stock Operator)』, 이레미디어 : 주식 시장에서 실패의 고통을 잊고 같은 방식의 뇌동매매와 과도한 레버리지를 반복하는 인간 본성의 나약함을 경고한 전설적인 트레이더 제시 리버모어의 철학이 담긴 투자의 고전.

세주 연구소장

세주 연구소장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진짜 어른들의 생존 지침서.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실전 심리학'과 '인지 행동'의 관점에서 심층 연구합니다. 합리적인 소비와 지출 습관, 안전하고 신중한 계약과 거래, 건강한 직장 생활의 인간관계, 그리고 복잡한 일 처리를 미루지 않는 실행력까지. 우리가 흔히 겪는 인지 편향과 심리적 오류를 바르게 이해하고, 어른이 되어 마주하는 낯선 현실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객관적이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실용적인 라이프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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