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주식만 사다가 깡통 차는 친숙성 편향 극복

가족들과 외식을 위해 새로운 고급 레스토랑을 방문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메뉴판에는 세계적인 셰프가 추천하는 시그니처 요리와 낯선 이름의 고급 식재료로 만든 요리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던 당신은, 결국 실패할 확률이 없다는 핑계로 평소 자주 먹던 흔한 토마토 파스타와 돈가스를 주문하고 맙니다. 새롭고 더 높은 가치를 경험할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결국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편안하고 익숙한 선택지로 도망쳐 버리는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처럼 인간이 낯설고 복잡한 것보다는 자신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대상에게 비합리적으로 높은 호감과 신뢰를 부여하는 인지적 편향을 가리켜 친숙성 편향(Familiarity Bias)이라고 부릅니다. 일상생활에서 늘 먹던 파스타를 고르는 것은 그저 한 끼 식사의 아쉬움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이 끔찍한 친숙성 편향이 탐욕과 공포가 지배하는 주식 시장에 상륙하는 순간, 개인 투자자는 자신이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스마트폰을 만드는 ‘아는 기업’에만 전 재산을 몰빵하게 됩니다. 결국 낯설고 복잡하지만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는 혁신 B2B 기업이나 거대한 글로벌 메가 트렌드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텅 빈 깡통 계좌를 부둥켜안고 벼락거지로 전락하는 완벽한 자살 비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우물 안 개구리를 만드는 친숙성의 끔찍한 착각
주식 시장에 갓 입문한 초보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이 권장되는 조언 중 하나는 “생활 속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아라”입니다. 피터 린치의 이 훌륭한 격언을 초보자들은 끔찍하게 오해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매일 마시는 커피 프랜차이즈, 매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 브랜드, 자주 가는 대형 마트의 주식을 사 모으며 “나는 이 기업을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오만함에 빠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인간의 뇌는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킵니다. 바로 ‘소비자로서 느끼는 친숙함(Familiarity)’과 ‘투자자로서 꿰뚫어야 할 지식(Knowledge)’을 완벽하게 혼동하는 것입니다. 어떤 기업의 브랜드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그 기업의 재무 상태가 건전하다거나 현재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친숙성 편향에 완벽하게 사로잡힌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는 철저하게 내수 소비재나 성장이 멈춘 대기업 우량주로만 채워지게 됩니다. 정작 시장의 거대한 자본을 블랙홀처럼 흡수하며 텐배거(10배 수익)를 달성하는 종목들은, 이름도 발음하기 어려운 반도체 장비업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B2B AI 솔루션 기업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낯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거대한 부의 기회를 발로 차버리는 것입니다.
아는 주식만 파다가 폭등장에서 소외된 뼈아픈 흑역사
치열했던 저의 지난 투자 인생에서도 이 악랄한 친숙성 편향에 완벽하게 지배당해, 평생의 부를 바꿀 수 있었던 거대한 상승장에서 철저히 소외되었던 피눈물 나는 흑역사가 있습니다. 과거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와 2차전지, 그리고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가 산업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던 메가 트렌드 초기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철저한 안전제일주의를 표방하며, “내가 모르는 복잡한 기술주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대신 제 계좌를 채운 것은 제가 매일 요금 고지서를 받는 대형 통신사, 냉장고에 가득 찬 식음료를 만드는 식품 회사, 그리고 길거리에 널려 있는 대형 은행주들이었습니다.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눈에 빤히 보이고 친숙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기업들이 제 소중한 시드머니를 안전하게 불려줄 것이라 맹신한 것입니다.
그러나 불과 2년 뒤의 결과는 뼈아팠습니다. 제가 “이름이 낯설고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외면했던 소재 부품 장비 기업들과 해외의 혁신 테크 기업들은 수백 퍼센트의 경이로운 폭등을 기록하며 새로운 부자들을 탄생시켰습니다. 반면, 제가 그토록 친숙하게 여기며 껴안고 있던 통신주와 식품주들은 시장의 외면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물가 상승률조차 방어하지 못하고 하락했습니다. 소비자로서 브랜드를 아는 것을 투자 분석으로 착각한 대가는, 자본 시장의 거대한 폭등 속에서 나 홀로 가난해지는 비참한 벼락거지 신세였습니다. 친숙함이라는 따뜻한 우물 안에 숨어 있다가, 바깥세상의 거대한 금광을 통째로 놓쳐버린 것입니다.
친숙성 편향을 부수고 투자의 지평을 넓히는 실전 훈련
안전하고 익숙한 방구석에 틀어박혀 낯선 부의 기회를 걷어차는 멍청한 착각에서 벗어나, 냉혈한 자본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 친숙성 편향을 철저히 박살 내는 의도적인 시각 확장 훈련이 필수적입니다.
- ‘소비자의 눈’을 뽑아버리고 ‘자본가의 현미경’을 장착하십시오 당신이 매일 즐겨 마시는 음료수 회사의 주식을 사고 싶다면, 당장 뇌를 멈추고 이렇게 질문해야 합니다. “나는 이 브랜드를 좋아해서 사는 것인가, 아니면 이 회사의 이번 분기 잉여현금흐름(FCF)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사는 것인가?” 익숙함이 주는 얄팍한 안도감을 쓰레기통에 처박으십시오. 아무리 친숙한 기업이라도 재무제표의 숫자가 썩어 있다면 그것은 맹독입니다. 반대로 이름 한 번 들어보지 못한 낯선 B2B 기업이라도 재무 숫자가 완벽하다면 기꺼이 분석의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 포트폴리오의 30%를 ‘낯설고 복잡한 혁신 산업’에 강제 배정하십시오 인간의 뇌는 가만히 놔두면 자꾸만 편안하고 아는 주식으로 회귀하려 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포트폴리오 내에 룰을 만드십시오. 전체 투자금의 일정 비율은 반드시 내가 지금 당장은 잘 모르는 산업(예: 차세대 전력망, 우주 항공, AI 반도체 밸류체인 등)을 억지로 공부해서 채워 넣는 것입니다. 낯선 산업의 리포트를 읽고 공부하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이 뇌의 근육통을 견뎌내는 사람만이 친숙함의 덫을 벗어나 시대의 거대한 부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결론: 시장은 ‘친숙함’에 단 1원의 프리미엄도 주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심장인 주식 시장은 당신이 그 기업의 제품을 얼마나 자주 애용하는지, 그 기업의 로고가 얼마나 친숙한지에 대해 단 1%의 관심도 없습니다. 친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성장이 멈춘 기업의 주식을 사 모으며 스스로를 가치투자자로 포장하는 비겁한 짓을 당장 멈추십시오.
기만적인 친숙성 편향의 환상에서 깨어나, 낯설고 복잡한 미지의 산업을 향해 기꺼이 분석의 땀방울을 흘릴 줄 아는 서늘한 지성을 갖추십시오. 익숙함이 주는 가짜 평화를 깨부수고, 차가운 숫자와 팩트만을 나침반 삼아 낯선 바다로 항해하는 고독한 자본가만이 이 비정한 사기극 속에서 자신의 진짜 부를 굳건히 지켜낼 수 있습니다.
[출처 및 참고문헌]
- 구르 후버만(Gur Huberman), 「Familiarity Breeds Investment」, Th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2001) :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여 리스크를 줄이기보다는, 단지 자신에게 지리적으로 가깝거나 인지적으로 ‘친숙한(Familiar)’ 지역의 기업 주식에 비합리적으로 자본을 집중시키는 친숙성 편향 현상을 실증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한 금융경제학의 핵심 논문.
-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 김영사 : 인간의 뇌(시스템 1)가 인지적 편안함(Cognitive Ease)을 진실이나 가치로 착각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하며, 낯선 것에 대한 맹목적인 회피가 경제적 의사결정을 얼마나 망치는지 분석한 행동경제학의 명저.
- 세스 클라만(Seth Klarman), 『안전마진(Margin of Safety)』, 밸류타임 : 대중에게 친숙하고 널리 알려진 인기 주식들은 이미 프리미엄이 붙어 고평가되어 있을 확률이 높으며, 오히려 시장이 잘 모르고 소외시킨 낯선 주식(Unpopular and Unknown) 속에서 진짜 가치투자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 투자의 바이블.
세주 연구소장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