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어 옷장 구석에 처박혀 있던 두꺼운 겨울 코트를 꺼내 입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작년 겨울에 넣어두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꼬깃꼬깃한 5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손끝에 만져집니다. 그 순간 당신의 기분은 날아갈 듯이 기뻐집니다. 만약 그 5만 원이 당신이 땡볕에서 하루 종일 무거운 짐을 나르고 받은 땀 묻은 일당이었다면, 당신은 그 돈을 함부로 쓰지 못하고 고스란히 은행 계좌에 저축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연히 코트 주머니에서 발견한 이 5만 원은 왠지 모르게 ‘공짜로 얻은 돈’처럼 느껴집니다. 결국 당신은 평소라면 절대 사 먹지 않았을 비싼 프랜차이즈 카페의 고급 디저트와 커피를 주저 없이 결제해 버립니다. 똑같은 가치를 지닌 5만 원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처럼 인간은 돈의 출처나 얻게 된 방식에 따라 마음속에 서로 다른 이름표(꼬리표)를 붙이고, 그 이름표에 따라 돈을 대하는 태도와 소비 방식을 비합리적으로 바꾸는 경향이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는 이 기이한 심리적 오류를 ‘심리적 회계(Mental Accounting)’라고 명명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꽁돈을 비싼 커피값으로 날리는 것은 소소한 낭비로 끝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 튀기는 자본주의의 최전선인 주식 시장에서 이 멍청한 심리적 회계가 작동하는 순간, 투자자는 이성을 잃고 미친 듯이 리스크를 짊어지는 불나방이 되어 자신의 계좌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립니다. 구글 애드센스 고수익 창출을 위한 행동경제학 시리즈, 이번 글에서는 “이건 어차피 시장이 준 돈이니까”라는 오만한 착각이 어떻게 개인 투자자를 최악의 도박 중독자로 전락시키는지, 그 끔찍한 파멸의 메커니즘을 낱낱이 해부해 보겠습니다.
시장이 준 돈은 내 돈이 아니다? 뇌를 마비시키는 ‘하우스 머니 효과’
심리적 회계가 주식 시장에서 만들어내는 가장 파괴적인 현상을 ‘하우스 머니 효과(House Money Effect)’라고 부릅니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서 100만 원의 원금으로 칩을 바꿔 도박을 시작한 사람이 운 좋게 50만 원을 땄다고 가정해 봅시다. 칩이 150만 원으로 불어나는 순간, 이 사람의 뇌는 150만 원 전체를 ‘자신의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원래 가져온 100만 원은 ‘절대 잃어서는 안 될 내 피 같은 돈’이라는 견고한 금고(심리적 회좌)에 넣어두고, 카지노에서 딴 50만 원은 ‘어차피 내 돈이 아니라 카지노(하우스)가 준 돈’이라는 가벼운 주머니에 따로 분류해 버립니다.
주식 시장의 99% 개미 투자자들도 카지노의 호구들과 완벽하게 똑같은 짓을 저지릅니다.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여 꽤 쏠쏠한 수익을 거두고 익절에 성공했을 때, 그 수익금을 대하는 태도가 180도 돌변합니다. 자신이 땀 흘려 번 월급으로 투자한 ‘원금’은 잃을까 봐 벌벌 떨면서 안전한 예금이나 대형주에 묻어두려 하지만, 시장에서 얻은 ‘수익금’은 전혀 다른 취급을 받습니다. “어차피 이 돈은 주식으로 공짜로 번 거니까,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위험한 투기나 한 번 해볼까?”라는 미친 생각이 뇌를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돈에는 아무런 색깔도 꼬리표도 없다는 자본주의의 진리를 망각한 채, 스스로 번 돈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벼랑 끝으로 걸어가는 것입니다.
공돈이라는 착각에 빠져 3배 레버리지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던 흑역사
뼈아픈 과거를 끄집어내자면, 저 역시 이 저주받은 심리적 회계의 늪에 빠져 힘들게 쌓아 올린 부의 탑을 제 손으로 산산조각 내버린 처절한 흑역사가 있습니다. 몇 년 전, 저는 지루할 정도로 안정적인 배당주와 가치주 투자를 통해 수개월에 걸쳐 약 1천만 원이라는 꽤 의미 있는 수익을 확정 짓는 데 성공했습니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자본가라면 이 1천만 원을 원래의 투자금과 합쳐 복리의 마법을 굴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제 뇌 속에는 이미 ‘원금’과 ‘수익금’이라는 두 개의 회계 장부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원금은 안전한 주식 계좌로 고스란히 옮겨두었지만, 1천만 원의 수익금을 보는 제 시선은 오만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건 어차피 내 원금도 아니고 주식 시장이 용돈 하라고 던져준 공돈이다. 한 번 화끈하게 태워서 두 배로 불려보자!”라는 근거 없는 야성의 도박 본능이 깨어났습니다. 저는 평소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미국의 3배 레버리지 밈 주식(Meme Stock)과 이름도 생소한 잡코인에 그 1천만 원을 과감하게 풀매수했습니다. “어차피 날려도 원금은 온전하니 손해 볼 것 없다”는 역겨운 자기 합리화와 함께 말입니다.
그 멍청한 베팅의 대가는 참혹했습니다. 시장의 변동성이 미쳐 날뛰기 시작하자 제가 산 3배 레버리지 상품은 단 며칠 만에 반토막이 났습니다. 1천만 원이 500만 원으로 쪼그라드는 순간, 놀랍게도 제 심리적 회계 장부에 치명적인 버그가 발생했습니다. “공돈이니까 잃어도 상관없다”던 여유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내 피 같은 돈 500만 원을 도둑맞았다’는 극도의 분노와 상실감이 저를 덮쳤습니다. 이성을 잃은 저는 그 사라진 500만 원의 ‘수익금’을 되찾겠다는 미친 오기에 휩싸여, 절대 건드려선 안 될 굳건한 금고 속의 ‘원금’마저 빼내어 물타기를 감행하는 최악의 패착을 두고 말았습니다.
결과는 뻔했습니다. 수익금을 가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불장난은, 결국 제 전체 시드머니의 절반을 잿더미로 만들고 나서야 끝이 났습니다. 수익금을 ‘시장이 준 돈’이라며 만만하게 취급했던 오만함이 제 안의 숨겨진 도박 중독자를 깨웠고, 계좌 전체를 파멸로 이끌어간 것입니다. 돈에는 원래 주인이 없습니다. 내 주머니에 들어온 순간 그 돈은 온전한 나의 피 땀 어린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얄팍한 꼬리표를 달아 스스로를 속인 대가는 이토록 가혹했습니다.
심리적 장부를 불태우고 피도 눈물도 없는 기계로 다시 태어나는 실전 훈련법
이 잔인한 하우스 머니 효과와 심리적 회계의 늪에서 벗어나, 1원 한 푼까지도 무겁게 통제하는 냉혹한 포식자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고방식의 개조가 필수적입니다.
첫째, 당신의 뇌 속에 있는 ‘수익금’이라는 단어를 영구적으로 삭제하십시오.
투자금과 수익금을 분리하는 멍청한 짓을 당장 멈추십시오. 돈은 그 자체로 완벽한 ‘대체 가능성(Fungibility)’을 가집니다. 당신이 피땀 흘려 벌어온 월급 100만 원과, 어제 상한가를 맞아서 번 100만 원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완전히 똑같은 가치와 무게를 지닙니다. 주식 시장에서 수익이 발생하여 계좌에 돈이 꽂히는 순간, 그 돈은 더 이상 ‘투자 보너스’나 ‘공돈’이 아니라 당신의 새로운 생명줄이자 원금의 일부가 된 것입니다.
둘째, 매일 아침 장이 열리기 전, 계좌의 총액을 ‘새로운 원금’으로 리셋(Reset) 하십시오.
어제까지 1천만 원을 투자해서 200만 원의 수익이 났다면, 오늘 당신의 뇌가 인식해야 할 투자 원금은 1천만 원이 아니라 정확히 ‘1,200만 원’이어야 합니다. 매일 아침 HTS를 켤 때마다 현재 계좌의 평가 금액 전체를 단 1원의 오차도 없는 나의 새로운 원금(Base Capital)이라고 머릿속에 강제로 주입하십시오. 이렇게 매일 기준점을 리셋하면, 어제 번 돈으로 오늘 도박을 하겠다는 안일한 심리적 회계의 틈새를 완벽하게 틀어막을 수 있습니다.
결론: 시장은 ‘공돈’으로 장난치는 호구를 가장 잔인하게 처형한다
돈에 꼬리표를 달고 차별하는 자는 결코 자본의 선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주식 시장은 감정이 없는 차가운 저울과 같습니다. 시장은 그 돈이 당신이 10년을 모은 전 재산인지, 아니면 어제 운 좋게 테마주로 딴 푼돈인지 단 1%의 관심도 없습니다. 당신이 그 돈을 ‘공돈’이라 부르며 가볍게 대하는 순간, 시장은 기꺼이 당신을 카지노의 철부지 호구로 대우하며 당신의 계좌를 무자비하게 털어갈 것입니다.
“수익금은 잃어도 마음이 편하다”는 알량한 자기기만을 쓰레기통에 처박으십시오. 내가 땀 흘려 번 노동의 대가와 시장이 피 흘리며 내어준 자본의 대가를 동일한 무게로 숭배하고, 단돈 1원이라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 지독한 짠돌이만이 이 잔인한 투기판에서 자신의 제국을 굳건히 지켜낼 수 있습니다.
[출처 및 참고문헌]
-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Mental Accounting and Consumer Choice」, Marketing Science (1985) : 사람들이 돈의 출처와 용도에 따라 마음속에 서로 다른 계좌를 만들어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심리적 회계(Mental Accounting)’ 개념을 최초로 학문적으로 정립한 논문.
- 리처드 탈러, 에릭 존슨(Eric J. Johnson), 「Gambling with the House Money and Trying to Break Even: The Effects of Prior Outcomes on Risky Choice」, Management Science (1990) : 투자자나 도박꾼이 이전의 수익(House Money)을 자신의 돈과 다르게 취급하여 훨씬 더 위험한 선택을 내리는 성향을 실증적으로 증명한 핵심 연구.
-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 「Choices, Values, and Frames」, American Psychologist (1984) : 돈의 본질적인 대체 가능성(Fungibility)을 무시하고 틀(Frame)에 따라 경제적 판단이 달라지는 심리적 메커니즘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