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보장 찾다 노후 파산 부르는 제로 리스크 편향

인간의 뇌는 불확실성을 극도로 혐오하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만약 당신에게 ‘위험을 50%에서 5%로 무려 45%나 대폭 줄여주는 선택지’와 ‘위험을 5%에서 0%로 단 5%만 줄여주지만 완벽한 안전을 보장하는 선택지’가 주어졌다고 가정해 봅시다. 수학적인 기댓값과 합리적인 통계로는 당연히 전자를 선택해야 압도적인 이득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비합리적인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후자인 ‘확률 0%’의 완벽한 안전을 선택합니다.
이처럼 인간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때, 전체적인 리스크의 크기나 기댓값을 따지기보다는 위험 요소 자체를 완벽하게 ‘0’으로 제거하는 데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심리적 오류를 행동경제학에서는 제로 리스크 편향(Zero-Risk Bias)이라고 부릅니다. 일상생활에서 보험료를 조금 더 내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치명적인 제로 리스크 편향이 자본주의의 최전선인 금융 시장에 적용되는 순간, 투자자는 ‘원금 보장’이라는 달콤한 환상에 갇혀 자신의 소중한 자산을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용광로 속에 방치하게 됩니다. 결국 잃지 않으려다 가장 확실하게 가난해지는 완벽한 노후 파산의 길로 걸어 들어가는 것입니다.
원금 보장이라는 달콤한 독약과 제로 리스크 편향
금융 시장에 갓 입문한 사람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단연 ‘원금 보장’입니다. 주식 시장의 파란색 마이너스 수익률을 단 1%도 견디지 못하는 뇌의 손실 회피 본능이 제로 리스크 편향과 결합하면, 투자자는 자신의 모든 자산을 은행의 예적금이나 초저위험 채권에만 묶어두려 합니다. 통장에 찍힌 액면가 숫자가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내 돈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는 얄팍한 안도감에 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진정한 의미의 ‘제로 리스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원금을 잃지 않았다고 환호하는 사이, 시중의 화폐 가치는 중앙은행의 돈 복사와 무자비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매년 3~5%씩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금리 2%짜리 예금에 1억 원을 넣어두고 완벽한 안전을 확보했다고 착각하는 10년 동안, 짜장면 가격과 부동산 가격은 두 배로 폭등합니다. 결국 숫자는 그대로일지 몰라도,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실질적인 ‘구매력’은 반토막이 나버립니다. 리스크를 0으로 만들겠다는 멍청한 집착이, 결국 100% 확률로 당신을 가난하게 만드는 가장 치명적인 확정 손실(노후 파산)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피땀 흘려 번 돈을 가난의 늪에 방치하는 착각
매일같이 뜨거운 불이 뿜어지는 주방에서 정직원 3명, 프리랜서 1명과 함께 숨 가쁘게 호흡을 맞추며 치열하게 식당을 운영하다 보면, 인건비와 재룟값을 모두 떼고 수중에 남는 순수익 1만 원이 얼마나 피땀 어린 노동의 결정체인지 뼛속 깊이 깨닫게 됩니다. 하루 12시간 이상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어 모은 이 소중한 자본 앞에서는 누구나 “이 돈만큼은 절대 주식판에서 잃을 수 없다”는 강박관념, 즉 극단적인 제로 리스크 편향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세계를 돌아보십시오. 현재의 요식업 사업을 정리하고 앞으로 서울 핵심 상권에 새로운 피부 관리 및 에스테틱 숍을 오픈하여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도 엄청난 리스크를 짊어지는 행위입니다. 타깃 고객층을 워킹맘과 외국인으로 새롭게 설정하고, 상권을 분석하며 낯선 분야에 자본을 투입하는 불확실성을 기꺼이 감수해야만 더 큰 사업적 성공과 부를 쟁취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원리는 사업이나 금융이나 완벽하게 동일합니다. 내가 직접 땀 흘려 일하는 사업장에서는 기꺼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왜 잉여 자본을 굴릴 때는 1%의 리스크도 지지 않으려 은행 예금이라는 안전지대로 도망치려 하십니까? 돈이 나를 대신해 일하게 만들려면, 돈 역시 주식 시장이라는 거친 파도를 타고 변동성을 견뎌내야 합니다. 원금 보장이라는 환상에 기대어 피땀 흘려 번 돈을 안전한 금고에만 가둬두는 것은, 유능한 직원을 채용해 놓고 아무 일도 시키지 않은 채 월급만 축내게 방치하는 것과 같은 최악의 직무 유기입니다.
제로 리스크 편향을 부수고 변동성을 즐기는 실전 훈련
안전이라는 허상에 속아 내 자산을 인플레이션의 제물로 바치는 멍청한 착각에서 벗어나, 냉혈한 자본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 제로 리스크 편향을 철저히 박살 내는 리스크 재정의 훈련이 필수적입니다.
- ‘위험’의 진짜 정의를 주가 하락이 아닌 ‘구매력 하락’으로 바꾸십시오. 주식의 가격이 하루에 5%, 10%씩 위아래로 널뛰는 것은 자본주의의 건강한 심장 박동(변동성)일 뿐, 진정한 리스크가 아닙니다. 투자에 있어서 진짜 치명적인 리스크는 내 자산의 가치가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10년 뒤 벼락거지가 되는 ‘구매력 상실’입니다. 변동성을 피하려다 구매력을 잃는 멍청한 선택을 당장 멈추십시오. 단기적인 가격 하락의 공포를 기꺼이 수용하고,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주식 시장의 인덱스 펀드(S&P 500)나 우량 배당주에 자산을 노출시켜야만 화폐 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 100% 안전한 자산은 없음을 인정하고 철저한 ‘자산 배분’으로 통제하십시오. 리스크를 ‘0’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리스크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통제’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원금 보장에만 매달리지 말고, 주식, 달러, 채권, 부동산 등으로 자본을 쪼개어 배치하십시오. 상관관계가 다른 자산들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특정 자산이 무너지더라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타격을 방어하는 계산된 리스크 매니지먼트야말로 상위 1% 부자들이 안전을 지키는 유일하고도 가장 차가운 방식입니다.
결론: 리스크를 피하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다
자본주의의 심장인 시장 경제는 위험을 기꺼이 짊어지는 용기 있는 자들에게만 초과 수익(Risk Premium)이라는 합당한 전리품을 허락합니다. 원금을 단 1원도 잃지 않겠다는 옹졸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은행 예금이라는 가짜 피난처에 숨어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어리석은 태도를 당장 버리십시오.
기만적인 제로 리스크 편향의 환상에서 깨어나, 단기적인 변동성의 고통을 인내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기꺼이 내 편으로 만드는 고독하고 냉철한 자본가만이, 노후 파산의 공포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짜 부를 굳건히 지켜낼 수 있습니다.
[출처 및 참고문헌]
- 리처드 젝하우저(Richard Zeckhauser), 「Visceral Influences on Rational Choice」, American Economic Review (1994) : 사람들이 합리적인 기대 효용 이론을 무시하고,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확실성(Certainty)’에 비합리적으로 과도한 가치를 부여하는 제로 리스크 편향 현상을 분석한 경제학 연구.
-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Econometrica (1979) : 인간이 불확실성 하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확률적인 이득보다 완벽하게 보장된 ‘확실성 효과(Certainty Effect)’에 맹목적으로 끌리는 인지적 구조를 규명한 행동경제학의 역사적 논문.
- 제러미 시겔(Jeremy Siegel), 『주식에 장기투자하라(Stocks for the Long Run)』, 이레미디어 : 200년 이상의 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단기적으로는 주식이 위험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주식이 채권이나 현금(은행 예금)보다 인플레이션 방어와 구매력 보존 측면에서 훨씬 더 안전한 자산임을 통계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한 투자의 바이블.
세주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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