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주 부자연구소

비극적 투자 사례와 확증 편향

읽는 시간 약 7분

평소에는 길거리에 어떤 차가 굴러다니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가, 특정 브랜드의 하얀색 SUV를 한 대 계약하고 나면 갑자기 온 도로에 그 차만 바글바글하게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세상에 차가 갑자기 늘어난 것이 아니라, 내 관심사가 그곳에 꽂히면서 뇌가 특정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결정에 부합하는 정보만 기를 쓰고 수집하고, 반대되는 증거는 철저히 무시하거나 배척하는 인간의 심리적 오류를 행동경제학에서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부릅니다. 이 자연스러운 뇌의 필터링 기능이 투자 시장이라는 욕망의 용광로와 만나면, 투자자는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도 자신의 계좌가 불타오르는 것을 방치하는 ‘장님’이 되고 맙니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지적 지옥

투자자가 특정 주식의 매수 버튼을 누르는 바로 그 순간, 냉철했던 시야는 완벽하게 좁아집니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포털 사이트 종목 토론방에 들어가 “이 주식 무조건 텐배거(10배) 갑니다”라는 출처 불명의 선동 글에는 환호하며 ‘좋아요’를 누릅니다. 반면, 기업의 재무적 위험성이나 악재를 논리적으로 지적하는 기사나 분석 리포트 앞에서는 “공매도 세력의 알바냐”, “주가 떨어뜨리려는 수작이다”라며 쌍욕을 박고 귀를 닫아버립니다.

객관적인 팩트를 수집하여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매수’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달콤한 ‘위안거리’만을 찾아 헤매는 꼴입니다. 시장은 끊임없이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증 편향에 빠진 뇌는 그 모든 경고등을 스스로 박살 내버립니다.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가 되어 시드머니를 재로 만들었던 뼈아픈 기억

저 역시 이 지독한 확증 편향의 늪에 빠져, 사이비 종교에 세뇌된 광신도처럼 제 소중한 전 재산을 허공에 날려버린 뼈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과거 한참 바이오 테마주 열풍이 불었을 때의 일입니다. 제가 풀매수한 종목에 ‘핵심 임상 실험 실패’라는 치명적인 악재 공시가 뜨고 주가가 하한가로 내리꽂히고 있는데도, 저는 현실을 부정했습니다. 대신 유튜브를 밤새 뒤져 조회수 100도 안 되는 정체불명의 유튜버가 “이건 세력의 악랄한 개미 털기이며 조만간 초대형 호재가 터진다”라고 떠드는 영상을 찾아내고는 안도감에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수많은 메이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의견 매도’ 리포트를 쏟아내며 당장 도망치라고 경고했지만, 저는 그들을 그저 내 주식을 싸게 뺏으려는 악당으로 치부했습니다. 자칭 전문가라는 유튜버들과 찬양 글만 가득한 종목 토론방이라는 ‘에코 체임버(반향실)’에 갇혀, 서로의 망상을 핥아주며 맹목적인 믿음을 키워갔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수개월 뒤 상장폐지라는 차가운 사형 선고가 내려지던 날, 그제야 저는 제가 투자자가 아니라 미치광이 광신도였음을 깨달았습니다. 대중의 공포를 이용해 조회수를 빨아먹는 무책임한 사이비 전문가들, 그리고 내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 스스로 두 눈을 찔러버린 저의 비겁한 아집이 만들어낸 완벽한 깡통 계좌였습니다. 돈을 잃은 것보다, 제 스스로 지옥불로 걸어 들어가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천국행 티켓이라 굳게 믿었던 그 끔찍한 무지함이 저를 더 미치게 만들었습니다.

확증 편향이라는 정신병을 탈출하는 차가운 실전 훈련법

주식 시장에서 확증 편향이라는 종교를 탈출하고, 차가운 이성을 가진 포식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피를 토하는 자기 부정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첫째, 내가 산 주식의 가장 지독한 ‘안티(Anti)’가 되어 악재를 미친 듯이 수집하십시오.
주식을 매수한 직후부터 호재성 기사는 일절 쳐다보지도 마십시오. 대신 구글링과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이 잡듯 뒤져 그 기업의 치명적인 단점, 경쟁사의 위협, 재무적 리스크만을 의도적으로 찾아내야 합니다. 내 투자 논리를 산산조각 낼 수 있는 모든 반대 증거들을 가혹하게 검토하고도 이 주식을 보유할 논리적 근거가 단단하게 남아있을 때, 비로소 그 투자는 정당성을 얻습니다.

둘째, 주식과 사랑에 빠지지 말고 철저하게 소모품으로 대하십시오.
당신이 매수한 주식은 당신의 분신도, 가족도 아닙니다. 그저 내 계좌를 불리기 위해 돈을 주고 산 ‘티커(Ticker)’ 알파벳 나부랭이에 불과합니다. 기업이 시장과의 약속을 어기거나 펀더멘털이 훼손되면, “내가 그렇게 믿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라며 멍청한 배신감을 느낄 것이 아니라, 가차 없이 쓰레기통에 내다 버리고 다음 사냥감을 찾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함을 갖춰야 합니다.

결론: 시장은 당신의 간절한 기도에 단 1원도 보답하지 않는다

워런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은 “투자의 가장 큰 적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주식 시장은 결코 당신의 간절한 기도나 확고한 믿음에 보답하는 자선단체가 아닙니다. 시장은 오직 차가운 실적과 숫자, 그리고 거시 경제의 흐름이라는 무자비한 팩트로만 굴러갈 뿐입니다.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달콤한 호재만 편식하며 뇌를 마비시키는 바보 같은 짓을 당장 멈추십시오. 남들이 듣기 좋은 헛소리에 환호하며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고 있을 때, 당신은 고통스럽더라도 뼈를 때리는 비판과 날카로운 악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내 판단이 언제든 철저하게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함, 그리고 내 헛된 믿음을 내 손으로 직접 박살 낼 수 있는 고독한 용기만이 이 지옥 같은 시장에서 당신의 계좌를 지켜줄 유일한 방패가 될 것입니다.


[출처 및 참고문헌]

  • 피터 웨이슨(Peter Cathcart Wason), 「On the failure to eliminate hypotheses in a conceptual task」, Quarterly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1960) : 인간이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는 정보만 편향적으로 수집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을 최초로 증명한 기념비적 심리학 논문.
  • 필립 테틀록(Philip E. Tetlock), 『슈퍼예측, 그들은 어떻게 미래를 내다보는가(Superforecasting: The Art and Science of Prediction)』, 알에이치코리아 : 전문가 집단이 확증 편향에 빠져 예측을 그르치는 과정을 비판하고 이성적 정보 수집의 중요성을 강조한 저서.
  • 찰스 맥케이(Charles Mackay), 『대중의 미망과 광기(Extraordinary Popular Delusions and the Madness of Crowds)』, 창해 : 역사적으로 대중이 확증 편향과 집단 사고에 갇혀 만들어낸 거대한 금융 거품과 파멸의 역사 분석.
세주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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